Night And Fog
2009년, 2010년, 2011년...지난 3년간 생각하면 유난히도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죽었던 것 같다. 2009년에 노무현이 자살했을 때는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었다. 노무현 생전엔 그에게 진절머리를 냈지만, 그래도 정작 그렇게 비참하게 가자 연민이 들었던지 결국은 나도 시청에서 조문을 했다. 덕수궁 앞에 노란 리본들이 수백개 줄에 묶여 있던 광경이 아직도 생각난다. 하지만 그 뒤의 노무현 추모전은 정말 사회주의 리얼리즘스러워서 대폭소를 했지만. DJ가 죽었을 때는 훈련소에 있었다. 오후에 갑자기 태극기가 조기로 내걸리길래 이게 뭔 일인가 하고 웅성댔는데, 외진차 논산병원에 다녀온 훈병들이 TV에서 DJ 서거 소식이 나오더란 걸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월터 크롱카이트도 가고, 테드 케네디도 갔다.
2010년엔 새해부터 샐린저랑 하워드 진이 부고를 장식하더니, 장태완 장군이, 법정 스님이, 리영희 교수가 갔다. 장태완 장군은 그러고보니 죽기 직전까지도 12.12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다고 했다. 가제가 <12.12 반란>이었던가. 그 "반란군 놈의 새끼"의 비서실장이란 놈이 같은 묘역에 안장된 걸 알면 대체 저승에서 뭐라 하시려나. 황장엽은 암살이네 아니네 잠깐 떠들썩하더니, 기여코 국립묘지에 묻혔다. 징그러운 인간 같으니라고.
목순옥 여사 사망은 특별히 기억하는데, 그도 그럴게 그 날 나는
오그드루 자하드 님이랑 같이 인사동의 찻집 <귀천> 1호점에 있었다. 내가 마시던건 아마 얼음 띄운 유자차였고, 그 양반은 연잎차였던가 그랬을 거다. 그렇게 홀짝대면서 천상병 시인 관련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계산을 하면서 자하드님이 뉴스에서 목순옥 여사께서 입원하셨던 기사를 봤는데 쾌차를 바란다고 한 마디 던졌는데, 주인 아주머니(기억이 맞다면 조카분이었나 며느리 분이었던가 그럴거다)가 지금 돌아가셨단 소식을 병원에서 전해들었다는 게다. 정신이 어질해져서 우린 나왔고, 주인 아주머니도 찻집 문을 잠그고 바로 병원으로 향하셨다. 귀천 1호점이 문을 연 건 그 날이 마지막이었다. 얼떨결에 1호점의 마지막 손님이 된게다.
그리고 2011년은 특히나 씁쓸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아보타바드의 요새화된 저택에 틀어박혀 지내다 결국 미군의 총알에 벌집이 된 채 죽었고, 미군은 DNA를 확인하자마자 그의 시체를 인도양에 쳐박아 버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럼프도 엿먹일 겸 특별방송에 나와 자랑스럽게 빈 라덴 사살을 선언했고, 뉴욕이건 워싱턴이건 미국인들은 쏟아져 나와 만세를 부르고 기뻐했었다. 그 걸 보면서 난 "결국은 업보에게 따라 잡히셨구만." 하고 헛웃음을 지었었다.
이소선 여사는 결국 한 많은 세상을 떠나 먼저 길을 떠난 아들 곁으로 가셨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한창 시끄러워지기 전이었을 게다.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하나 둘씩 죽어간다는 뉴스가 뜨던 것도 그 때 즈음이었을 게다. 폭스콘에선 노동자들이 줄줄히 목숨을 끊었다. 한동안 뉴스에 조금 오르내리더니만, 아니나 다를까 이제는 말도 없다. 폭스콘은 이제 로봇 30만 대를 투입해 공정을 자동화하는 중이고, 다음달엔 새 아이패드가 나온다고 한다. 그들에게 명복을.
언제까지나 IT계의 위대한 개자식으로 군림할 것 같던 스티브 잡스 본인도 결국 아이폰 4S의 런칭과 함께 죽었다. 이제 스티브 잡스는 로마 황제들이 그러하듯 신이 되었고, 민음사는 전기를 10만부(!)나 찍고서도 다 팔아서 재판을 찍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중이란다. 아이폰 4S는 팀 쿡의 처참했던 키노트를 "스티브의 유작"이라는 희대의 레이블로 극복했고, 다음 달엔 새 아이패드가 나온다지.
역시 언제까지나 잘 먹고 잘 살것 같던 무아마르 카다피도 결국 죽었다. 아랍의 봄은 특히나 리비아에서 격렬한 양상으로 확대되었고, 우리의 패션 테러리스트 대령은 하수구 속에 있다가 끌려나왔고, 엉덩이에 쇠파이프가 꽂히는 등 갖은 수모를 당하다 사살당했다. 80년대까지 테러리스트들의 물주이자 자칭 아랍 사회주의의 리더였던 그는 결국 이렇게 비참하게 갔다. 그리고 김정일도 갔다. 갑자기 풍을 얻어맞고 피골상접한 해골이 되어 빌빌대더니만, 결국 그 절대권력과 부도 소용없이 허망하게 심근경색으로 죽어버렸다. 그를 수술했던 프랑스인 의사 말론 여태 산게 기적이었다지. 그것도 딱 가카 생일에 죽는 바람에 DDoS도 묻히고 괜찮은 선물이라고 이죽댔던 기억이 난다.
여하간, 20세기는 이제야 저물어가는 듯 하다. 바츨라프 하벨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올해는 이 망할 장례식 행렬이 끝이 나려나 싶었는데, 이제 2012년이 72시간도 안 남은 와중에 김근태 전 의원이 병마와 최후의 사투를 벌이는 중이란다. 도대체 이놈의 장례식 행렬은 꼭 연말 마지막 날까지 계속돼야 속이 시원할 참인가. 그래. 커트 보네거트 옹도 그러지 않았나.
And so it goes.
다 이렇게 가는게지.
ps. 듣고 있는 노래라도 좀 방방 뜨는 거면 괜찮겠는데, 하필하면 <아이돌 마스터> TVA판 신곡 <약속>이다. 갓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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