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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죄지으면 벌받아요 - (1) 호소다 마모루 vs 지브리 스튜디오 by 카군

 때는 2002년. 지브리 스튜디오는거의 10년째 노쇠한 미야자키 감독의 뒤를 이을 포스트 미야자키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후계자로 주목받던 콘도 요시후미는 1998년에 급사했으니 이제 방법은 스튜디오 내에서 하나 뽑기 vs 외부에서 하나 데려오기.

그리하여 지브리는 두 가지 안을 모두 테스트하기로 결정하고, 자사의 고참 감독 모리타 히로유키에게 "고양이의 보은"을 맡김과 함께 디지몬 극장판 등으로 이름을 떨치던 토에이 애니메이션 출신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에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맡깁니다. 뭐 둘 다 실력은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긴 했습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보은이 기대 이하 성적으로 비틀대네요?

 거기다가 호소다 마모루 쪽은 문자 그대로 지옥바닥서 허우적대는 중. 2002년 제작을 개시할 당시 지브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올인하던 중이었고, 안그래도 외부인인 호소다에게 지원을 해줬을리가 만무하죠. 결국 호소다는 여기저기서 스태프들을 끌어모아 일을 진행합니다만, 급료 체불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매일매일 일상이 지옥인 판국. 그 와중에 지브리의 구조조정 문제와 호소다의 세계관을 미야자키가 못마땅해 한 것까지 겹치면서 그대로 호소다는 단칼에 감독 자리에서 쫓겨납니다. 스케쥴 문제야 없을리가 없지만, 그 악조건을 감안한다면 가히 초인적으로 버텨온 호소다인데 말입니다. 물론 저 위의 급료체불 문제, 그리고 그로 인해 명성까지 추락하는 등 악재가 겹치자 그야말로 호소다는

"이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살아가는 것은 끝났어"

라고 자기 입으로 말할 정도로 안습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특히나 지브리를 사랑하고 동경했던 그(*1)로서는 더더욱 치가 떨리는 일이지요. 그리고 하울은 결국 2003년부터 재작을 재게, 2004년 미야자키 감독의 이름을 달고 세상의 빛을 보았습니다.
 
 이제 시간은 흘러흘러 2006년. 그 동안 원피스 극장판 등으로 간신히 재기한 호소다 마모루는 그의 역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내놓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반쯤 울며 겨자먹기로 미야자키 감독의 아들을 후계자를 지목한 지브리 또한 극장판을 같은 시기에 내놓으니...예.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요.

게드전기


 냅. 원작자가 대놓고 씹고 미야자키 옹이 시사회 도중 나가버린 그 물건 맞습니다(...)


 뭐랄까. 게드전기가 신나게 두들겨 맞는 동안 평론가들이 시달소에 침 질질 흘리는 걸 보며 호소다 감독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가 참 궁금해집니다.(먼산)




(*1) 호소다 감독이 업계에 발을 디딜 때 지브리 연수생에 지원한 적이 있는데, 미야자키 감독이 직접 "자네같은 친구를 지브리에 넣으면 재능이 없어질것 같아 안 뽑기로 했네"라고 레터를 보냈습니다. 당시 전체 응시생 중 미야자키 옹에게 레터 직접 받은건 호소다를 포함해서 딱 두 사람.(...) 그런데도 호소다는 지브리에 직접 전화해서 "잡무생이라도 좋으니 받아주세요ㅠㅠ"라고 애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지브리 좋아하던 양반이 자기 우상에게 억울하게 프로젝트 빼앗기고 빈손으로 쫓겨났을 때 얼마나 서글펐을까 생각하면 참...

(*2) 게드전기가 아무래도 선전을 엄청 해댄 덕이긴 합니다. 첫주에는 박스오피스 1위도 갔고요. 그러나 시달소는 애시당초 상영관 수도 몇개 없다가 갑자기 뜨니까 카도카와가 독한마음 먹고 상영관 확대한 겁니다.



ps. 다음에는 2탄으로 야마칸 이야기나 올릴까 생각중입니다. 그냥 이것만 쓰려 했는데 칸나기 DVD 코멘터리서 한 발언이 너무 안습이라ㅠㅠ

ps2. 여담이지만, 시달소 개봉당시 많은 관객들이 "저것이 바로 포스트 야마자키 지브리가 갈 길이다!"라고 했다나 뭐라나.(먼산)

덧글

  • 일곱 혼돈 2009/02/22 04:03 # 답글

    미야자키 옹은 뭐랄까, 장기집권(?)을 하시다보니 일종의 관성에 빠진 것 같군요. 자신이 직접 큰 그림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남이 다른 스타일로 자신의 캔버스에 뛰어드는 것을 용납하시지 못한달까. 하지만 옹께서 언제까지고 캔버스 앞에 앉아계실 수는 없고..... 뭐 그런 느낌입니다.
  • 카군 2009/02/22 12:05 #

    천년만년 해먹을 것도 아니고, 이제 좀 너그럽게 후임들 키워줄 때도 됐는데 말이지요.
  • 카이크리트 2009/02/22 07:58 # 답글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군요. 트랙백 해도 되나요?
  • 카군 2009/02/22 12:05 #

    트랙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 피오레 2009/02/22 10:58 # 답글

    게드전기는 감독을 그렇게 기용한 프로듀서를 잘라야 할 듯 합니다. 거장의 아들이라고 해도 업계에서 일한 경력도 마땅찮은 사람을 감독직에 앉히다니... 네임벨류로 장사는 잘 했다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아들이 게드전기 감독 맡았다고 이야기 나올 때 부텀 반응이 어째 시큰둥 했던걸 생각하면;)
  • 카군 2009/02/22 12:06 #

    그게 프로듀서를 자를 문제가 아닌게, 갑자기 미야자키 아들네미가 갑툭튀해서 자기가 감독 하겠다고 난리를 친거거든요. 아니메 관련 일이라면 아무리 잘 봐줘도 지브리 박물관 관장밖에 안한 작자가 무슨 장편 아니메를 만들겠다고...=_=
  • 충격 2009/02/22 15:58 #

    헐... 게드전기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는, 사실상 나우시카를 영화화시킨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지브리 이적 후에는 지브리의 전작품을 프로듀스하고 메가히트시켜 온 장본인입니다. 작품 하나가 좀 어설프게 나왔다고 이런 사람을 자르다간 업계에 인재가 살아남을 수가 없죠.. (게다가 흥행에는 실패한 것도 아니니 프로듀서로서 실패했다고 할 수만도 없는 것이고)
    그리고 작년초까지 지브리 사장이었습니다;; 누가 자르고 싶다고 해도 자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님...
  • 카군 2009/02/22 16:53 #

    그양반이 작년초까지 지브리 사장이었군요;;; 그거는 몰랐습니다^^;;

    여하간 게드전기는 뭐랄까. 작품 자체도 개판인데다가 하필하면 경쟁작이 경쟁작인지라 체면을 두배로 구긴 캐안습 케이스(먼산)
  • 일곱 혼돈 2009/02/22 23:44 #

    천재들이 '인재' 혹은 '후계자'를 고르는 것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는 이외로 드문 것 같습니다. -_-
  • 카군 2009/02/23 15:09 #

    천재들이 가장 못하는 것중 하나가 "후계자 문제"죠 :-(
  • dunkbear 2009/02/22 11:37 # 답글

    게드전기의 경우 프로젝트 자체부터 무모했다고 봅니다. 원작인 어스씨의 마법사 자체가 애니 1편으로 만들 정도로 호락호락한 내용이 아니었거든요. 어슐라 르귄의 작품들은 철학과 사유가 넘치기 때문에 액션과 CG를 내세우는 판타지 영화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괜히 헐리우드가 손 대지 않는게 아니죠...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의 성공으로 좋은 원작 = 히트 영화가 될 것으로들 여기고 달려들지만 실제 성공한 케이스는 지극히 드물죠. 하물며 어스씨의 마법사 같이 영상화하기 쉽지 않은 작품을 애니화하려는 의도는 무모함에 불과했다고 봅니다.

    근데 호소다를 내친 과정은 진짜 너무하네요. 지원도 제대로 안해줬으면서 어떻게 저럴 수 있었는지... 쩝.
  • 카군 2009/02/23 15:09 #

    무모한 프로젝트를 무지한 감독을 세워서 만들어 내놓았으니 대재앙이 안될리가 없죠. 안그래도 소설의 영상화란게 지극히 어려운 작업인데, 정말이지 어슐러 르귄 작품을 무슨 생각으로 그런 실력없는 감독에게 맡겨서 내놓았는지...

    ps. 정말이지 호소다, 게드전기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가 궁금하더군요 :-)
  • 일곱 혼돈 2009/03/06 12:55 #

    그러고 보면 르귄 아줌마도 참 불쌍합니다. <어스시> TV시리즈에 잔뜩 실망했다가, <하울>을 보고 오오 우왕굳~ 하면서 <게드전기>를 기대했던 것 같은데. 현실은........ (먼산)
  • 카군 2009/03/06 12:56 #

    현실은 시궁창을 넘어서서 현실은 뭐랄까. 아비지옥?ㅠㅠ
  • panic 2010/05/08 16:43 # 답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트랙백해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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