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령] 환경성 보고서 #001 환경성 보고서

식령 관련으로 새로 씁니다.

요 녀석은 평균 주당 1편, 최소한 2주에 한 편이 목표.




환경성 보고서

#001



 미토가와 카즈히로(三途河和裕)는 야스다 강당(安田講堂)의 꼭대기에 걸터앉아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 화면을 통해 어딘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완전히 탈색한 백발로 한쪽 눈을 덮은지라 한눈에도 딱 튀어보일 정도로 기괴한 모습의 그였지만, 야스다 강당의 꼭대기 구조물이라는 구조적 가림막, 그리고 평소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그의 특성상 그가 그곳에 올라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이는 하나도 없었다. 미토가와는 이 뒤에서 고감도 마이크와 고감도 망원 카메라, 그리고 파라솔과 의자와 간단한 요깃거리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서는 감시작전을 수행중이었다. 겨울이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위에서 누가 본다면 마치 한여름에 옥상에서 휴가라도 보내는 형색이다. 하아. 날씨가 좋군. 카즈히로가 웃음지었다.

 “이 좋은 날씨에 내가 대체 뭐하는 짓이람.”

 이마와노 세츠나(忌野刹那) 역시 그와 동일한 화면을 보고 있었다. 지직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는지 그녀가 같이 설치한 장거리 마이크를 연신 두들겼다.

 “그렇게 해서는 지직거리는 소리만 더 낼거에요.”

 “나도 안다.”

 이제 마이크에서 손을 뗀 그녀는 만지작거릴 대상을 자신의 목에 걸린 큼지막한 목걸이로 향했다.

 “내가 대체 이 짓을 해야 하지? 부하들을 시켰어도 될텐데.”

 목걸이에 달린, 악취미스러울 정도로 큼직한 붉은 보석을 만지작대며 세츠나가 으르렁댔다.

 “조용히 하세요. 대화에 잡음이 자꾸 낀다고요.”

 이 자식이! 발끈한 세츠나가 순간 몸을 움찔거렸지만, 곧 다시 침착하게 자리에 앉았다. 이것은 미토가와의 작전이다. 더군다나 미토가와가 틀린 소리를 한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 안에서는 대학교 2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 셋이 벤치에 앉아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

 “-까 말이야 미쿠, 너 그 유압파트 디자인 다시 하라니까? 그 조합으로는 신뢰성 보장 못한다고.”

 “에에? 말도 안돼 – 조교들 쪽에선 다 되는 디자인이라고 했단 말이야-“

 포니테일을 한 여학생의 말에 당황했는지, 미쿠라고 불린 긴 생머리의 여학생이 버벅대며 손을 휘저었다. 꽤 당황했군. 세츠나가 안경을 고쳐썼다. 그리고, 그녀가 찾아다니던 타겟, 츠치미야 카구라(土宮神楽)가 입을 열었다.

 “얏치도 그렇고 말이야, 그런 이야기는 둘이 있을때만 하라구- 나는 문과라서 못알아듣는단 말이야!“

 장난으로 화내는 척 하는 츠치미야는 수수하게 차려입은 둘에 비하여 나름 꾸며 입은 편이다. 약간 타이트한 검정 치마에 흰색 남방, 그리고 붉은 색의 털실 목도리와 갈색의 두툼한 더플코트. 다리엔 무릎까지 오는 검은 스타킹을 신고 있고, 벤치 옆에는 그녀의 것으로 보이는, 천 재질의 갈색 체크무늬 캐리어 가방이 놓여있다. 전공서적과 노트, 랩탑 등 필요하다 싶은 것은 있는대로 잔뜩 구겨넣은, 전형적인 대학생 스타일의 캐리어. 그래도 표정만을 밝아 보였다. 오늘은 수업이 대강 현대 이스라엘사 최종과제 제출이었고, 교양과목으로 듣는 일본 현대음악사 시험을 끝냈으니 이제부터는 완전히 자유겠군. 세츠나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자세히 보면 그동안 시험에 찌들었던 츠치미야나 친구들의 눈밑이 살짝 검어져 있다.

 “아 정말, 이제 시험도 끝인데 뭐라도 먹으러 가자고!”

 화면 너머에서는 츠치미야가 누워있던 캐리어를 바로세우며 둘의 팔을 잡아끌고 있었다.

 “에? 뭐 먹자고? 어디서?”

 “뭐 긴자건 신주쿠건 일단 가자구! 차도 있겠다!”

 미쿠의 질문에 카구라가 자동차 키의 고리를 손가락에 까우고 빙글빙글 돌렸다.

 “정말 카구라도 차암-“

 미쿠가 살짝 눈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구라가 얏치라 불렀던 소녀도 미쿠를 따라 싱글벙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츠나 씨는 저랬던 적이 있나요?”

 “내가 그랬을 것 같아? 나는 어렸을때부터 영수 다루기나 그런 교육밖엔 받아보지 않았다고. 그나마 다른 애들이 학교가서 배울 내용조차도 가정교사 두고 집에서 배웠고. 거기다가 난 저 나이쯤에 아버지라는 작자한테 총맞아 죽을 뻔 했고, 그 뒤로는 네가 가장 잘 알잖아?”

 세츠나가 이죽거렸다. 하, 재미없는 사람 같으니라고. 화면 너머에서는 츠치미야가 핸드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에에, 켄쨩, 어디야? 나가타쵸(永田町)? 거기는 왜? 국회도서관?”

 “켄쨩? 그게 누구지?”

 미토가와가 옆에 놓고 있던 파일에서 종이 한장을 뽑아 그녀에게 건넸다. 니무라 켄스케(弐村剣輔). 환경성 3급 사무관. 실제 직책은 환경성 자연환경국 초자연재해대책실 2과장. 츠치미야와 알게 된 것은 약 3년 전. 츠치미야가 쓰던 검을 물려받아 쓰는 것으로 추정됨. 츠치미야와 가까운 사이. 현재 거주지는 네리마(練馬)에 위치한 환경성 소유의 오피스텔. 간혹 아카사카(赤坂)의 츠치미야 자택에서도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됨.

 “하, 공주님의 애인인가? 면상은 좀 미묘한데 말이지.”

 화면 너머에서는 전화기 너머의 니무라를 향해 츠치미야가 나가타쵸 국회도서관 근처에서 전화를 할테니, 전화 받으면 바로 정문으로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수신상태가 나쁜가? 미토가와가 머리를 긁적였다. 평소 행동을 보면 츠치미야는 소리지르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핸드폰 좀 바꾸셔야겠군요, 공주님. 미토가와가 입가에 웃음을 띄웠다.

 “여하간 이제 오늘 관찰활동은 접는게 좋겠는데요. 날도 어둑어둑 한데 마중이나 나가죠.”

 미토가와가 마이크의 전원 플러그를 뽑았다.

 “꼬맹이, 나리타에서 일 끝나면 나오면 밥이라도 사줄까?”

 “저야 좋지만, 저번같이 바에 데려가서는 둘이서 맥주 피처 하나씩 시키고 저에게는 안주로 나온 감자튀김 한 접시만 주면서 밥이라 하는 거라면 사양하고 싶은데요.”

 “까다로운 녀석.”

 세츠나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니무라 켄스케(弐村剣輔)는 급하게 뛰는 것이 싫었다. 운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운동이라면 나름대로 좋아하는 편이고, 검도 같은 경우에는 대회도 나갔을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다만 환경성에 소속된 이후로는 뛰기가 싫어졌을 뿐이다. 간간히 전투에 나가기도 하고, 카구라가 대학에 들어간 이후로는 카구라 역까지 몸빵으로 부쩍 출동 횟수가 늘긴 했지만, 켄스케는 뛰는 것이 싫어졌다. 물론 연습은 충실히 한다. 그러나, “급하게” 뛰어다는 것은 싫어졌다. 웬만해서는 규칙에 맞추어 모든 일을 딱딱 처리해 나가는 것이 훨씬 편했고, 그 “규칙”이 어그러져서 허둥지둥 수습하러 뛰어다니다보면 짜증이 치밀곤 했다.

 “공무원 근성이야, 임마.”

 옆에서 담배를 뻐끔뻐끔 피워대던 이즈나 노리유키(飯綱紀之)의 팔꿈치가 니무라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검은색 스트라이프 양복을 입고 옆구리에 방금 전에 복사한 자료를 담은 서류가방을 끼고 있는 니무라와는 달리, 무언가 배지가 주렁주렁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알록달록한 목도리와 윈드브레이커를 걸친 이즈나의 차림새는 좋게 보면 화려했고 나쁘게 보자면 구질구질한 히피와 약장사의 중간이었다. 둘은 지금 거의 10분째 국회도서관 근처의 벤치에 앉아서 각자 니무라는 커피를 홀짝이고 이즈나는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츠치미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켄 너, 카구라랑은 어디까지 했냐?”

 니무라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게 무슨 헛소리입니까, 노리유키 선배.”

 “임마 둘 다 미성년은 넘었잖아.”

 “뭐라고요?”

 “임마, 부끄러워할 거 없어. 이 선배에게 털어놓으라고.”

 “거 선배라지만 자꾸 선배처럼 저질스러운 이야기만 할겁니까?”

 “재미없는 자식. 너 그러다가 놓친다? 생각해 보라구-“

 “노리유키 선배!”

 구겨진 표정의 니무라가 안경을 고쳐쓰는 것을 보고, 이즈나가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농담이다 임마. 그나저나 카구라가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어? 환경성에서 보면 되잖아.”

 니무라가 피식 웃었다.

 “사무실에서 보면 참 놀 기분 나겠네요. 카구라도 나름 직책은 환경성 초자연현상대책국 제1차장이라고요. 아마 사무실에서 만나서 나가려고 했다가는 들어오자마자 앞에 쌓인 서류더미에 잡아 끌려올걸요.”

 “하. 그래봐야 다들 말이 차장이요 과장이지 그냥 쫄따구 아냐.”

 이즈나가 비아냥대며 니무라가 옆에 두었던 커피를 쭉 들이켰다.  니무라가 도끼눈을 치켜뜨고 이즈나를 노려보았다.

 “거 돈도 없는 것도 아니면서 커피 정도는 사서 드시죠.”

 “여자들 꼬시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돈이.”

 “이즈나 가 당주씩이나 되는 인간이-“

 “시끄러 임마. 내가 미쳤다고 영감태기네 문패 아래로 다시 기어 들어가냐? 한 번 들어가면 평생 못 나올거야, 아마! 젠장! 난 감옥에서 살기 싫어! 아악!”

 이즈나가 장난조로 머리를 마구 쥐어뜯는 시늉을 하며 몸을 숙였다.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그렇게 돌아가기 싫어요?”

 니무라가 물었다.

 “돌아가고 싶겠냐.”  이즈나가 꽁초를 쓰레기통에 튕겨넣곤 새 담배를 뽑았다. “거기로 다시 돌아가면 매일같이 유카타에 이것저것 걸치곤 뒷짐지고 다니기만 해야 해. 자유는 어림도 없지.”

 이즈나가 연기와 함께 한숨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니무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뭐 선배가 불편하시다면야.”

 니무라가 빈 커피캔을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그런데 형, 확실히 형은 담배만 줄여도 돈 꽤 아낄 거에요. 동네 약장사 주제에 다비도프(*1)가 뭐람.”

 이즈나가 받아쳤다.

 “야 임마. 어느 나라 전직 대통령도 죽기 직전에 담배 한대가 그리 아쉬웠다고 하더라.”

 “아 그 양반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요? 형은 좀 끊어야 해요!”

 “오냐. 차차 생각해 보마.”

 이즈나가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았다.

 “그나저나 말이다.”

 “뭐요?”

 니무라가 되물었다.

 “너 말이야.”

 “예.”

 “정말로 카구라한테 손 한 번도 안 대봤어?”

 “선배!”

 니무라의 목소리 톤이 확 올라갔다.







『이사야마 요미의 입국을 환영합니다』

 “나 말이야, 당신이나 꼬맹이나 둘 다 이렇게 바보인줄은 몰랐어. 아주 환경성한테 날 잡아 죽여달라고 광고를 하지 그래? 누구 아이디어야?”

 세츠나가 든 플랭카드를 본 이사야마 요미(諫山黄泉)가 처음 내뱉은 한 마디였다. 방금 카라치(*2) 발 나리타행 PIA(*3) 747에서 내린 그녀는 약간 지친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이사야마답게 옷차림 하나는 깔끔했다. 무릎 위까지 내려오는 검은 모직 원피스, 위에 걸친 헐렁한 실크제 도트무늬 조끼, 약간 구깃구깃한 갈색 면직 코트, 굵직한 원석 목걸이, 검은 오버니와 역시 검은 색의 앵클부츠. 짐이 많았는지 끌고 나오는 포터에는 파슈툰어로 무어라 적힌 골판지 상자들과 캐리어가 한 가득 쌓여 있고, 위에는 평소에 잘 쓰고 다니던 갈색 베레모를 올려놓았다.

 “이봐, 패션모델이라도 할 셈이야?”

 세츠나가 이죽댔다.

 “하, 그거 괜찮은 생각인데? 생각 안 해보고 있었기는 하지만, 이 정도 미모라면 해볼 만 하지 않겠어?”

 이사야마가 되받아쳤다.

 “나 참.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해해 주세요. 세츠나 씨는 학습곡선이란 게 없으니까요.”

 미토가와의 한 마디에 세츠나가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말이나 못 하면 귀엽기라도 하지. 여하간, 저건 카즈 아이디어.”

 “꼬맹이한테 일을 미룰 셈이야?”

 “꼬맹이는 무슨! 저 자식, 벌써 나이가 몇인줄 알아? 요미 네가 열일곱에 그렇게 됐으니, 벌써 너는 스물넷이고, 저 자식은 스물이야! 그 빌어먹을 츠치미야랑 딱 한 살 차이-“

 이사야마가 눈썹을 찌푸렸다.

 “잡소리는 그만 하고, 내가 부탁한 차는 어디 있어?”

 확실히 그 소재는 아직 민감한 모양이군. 미토가와가 눈을 깜빡거렸다.

 “차는 어차피 오늘 한 잔 할거니까 일단은 내 차로 가면 돼. 일단 사양 그대로 맞춰 왔으니 걱정 마시고. 여하간, 그쪽에 내가 보낸 메일 이야기 해 봤어?” 세츠나가 물었다.

 “해봤지.” 갑자기 이사야마가 설교 모드로 돌변했다. “그나저나. 내가 제발, 제발, 제발, 제-에-발 암호화 해서 보내라고 했잖아. 프로그램 다 주고 사용법도 가르쳐 줬는데 그거 해서 보내는게 그렇게 힘들어? 손이 마비라도 됐어? 아니, 정말로, 재수 없으면 내가 받아보기도 전에 NSA(*4) 분석관들이 낚아채서 읽고 있을 거라는 생각 안 해봤어? 그 동네, 소설만큼은 아니더라도 무서운 동네란 말이야. 내 은신처로 헬파이어 날아오는 꼴이 그렇게 보고 싶었어?”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칸다하르(*5)에선 뭐라고 했어?”

 세츠나가 다시 물었다.

 “오케이 싸인 나왔어. 그 친구들도 상당히 좋아하던데? 자기네 쪽에서도 그 정도 대형 작전에 끼고 싶어하는 눈치더라고. 기술지원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하고.”

 이사야마가 웃으며 모자를 집어들었다.

 “그러면 주도는 누가 하는거지?”

 “그렇게 주도를 하고 싶다면, 너네 쪽에서 해도 상관은 없어. 하지만 기술 지원 자체는 애시당초 칸다하르가 해주는 거니까, 그 쪽 말을 따라야 할 걸.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사야마가 모자를 바로잡으며 차갑게 내뱉었다.

 “여태까지 너희가 제대로 굴려본 작전이 존재나 해?”

 뭐가 어쩌고 어째! 혈압이 치솟은 세츠나의 손이 움찔했지만, 그녀는 간신히 자제력을 발휘해 참아냈다. 이사야마의 말이 맞았다. 그녀들의 작전은 성공한 예가 거진 한 번도 없었다. 자잘한 작전 자체는 성공할 수도 있었지만, 항시 계획 자체는 막판에 틀어지곤 했으니까. 참자, 세츠나. 참아야 한다! 그녀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아, 그러시면 대단하신 우리 이사야마 양께서 직접 지도해 주시면 되겠군. 어차피 우리는 별 볼 일 없는 3류 폭력배 조직이잖아.”

 “에, 딱히 그런건 아닌데. 최소한 세츠나네 조직은 소말리아에 전진 베이스도 갖추고 있잖아? 거기, 알카에다도 도망나온 동네라고?”

 이사야마가 약간 맹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게 누굴 속이려고! 비꼬려고 하는 거 다 보인단 말이다! 그래, 너는 고수들에게 배워오니까 우리가 우습게 보인다 이거지? 어디 두고 보자! 세츠나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간신히 참으려고 노력하는 동안, 정작 이사야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쾌활한 말투로 세츠나에게 누가 저녁을 살 거냐고 물었다.

 “세츠나 씨요.”

 “헤에 - 2년동안 알코올은 구경도 못 해본지라 오늘 좀 심하게 털릴텐데. 괜찮겠어?”

 “제 지갑은 아니니까요.”

 “이 자식이!”

 “그나저나 너 차 어디에 세워뒀어. 빨리 말 안 해?”

 “네 집 주차장! 아 제기랄, 알았어! 내가 차 몰고 그 쪽으로 오라고 하면 되잖아!”

 아 젠장. 이것저것 시키는 것 하나 많네. 세츠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사야마 요미는 괜히 세츠나와 미토가와 둘에게만 까탈스럽게 굴었다. 예전 이야기를 들으면 성격 좋은 아가씨였다는데 지금은 왜 이 꼴인지. 제기랄. 돌의 영향인가? 미토가와야 츠치미야랑 자신 둘 다 엿먹였으니 너도 엿먹어라 하는 거라고 쳐도, 왜 나한테까지 그러지? 이사야마는 입이 댓발은 나온 세츠나는 본체만체 계속 투덜댔다.

 “두 대 다 몰고 오면 한 대는 어떻게 몰고 가? 음주운전 안 걸릴 자신은 있지만 한번에 차 두 대는 못 몰아!”

 “둘 중 한대 고르면 돼잖아!”

 결국 폭발한 세츠나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망할 계집년 같으니. 넌 머리통에 박힌 그 망할 것만 아니었어도 내 손에 벌써 죽었어! 세츠나가 이를 갈며, 다시 자신의 목에 걸린 돌을 만지작대기 시작했다.



(*1) Davidoff.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담배회사. 고급 시가와 담배로 유명하다.
(*2) 파키스탄 최대의 도시. 인구는 1800만(!).
(*3) Pakistan International Airlines. 파키스탄 국영 항공사.
(*4) National Security Agency(국가안보국). 미국의 정보기관. 비밀스러운 점이 하도 많다 보니 No Such Agency(그런 기관 없음)이나 Never Say Anything(아무 것도 말 하지 마)이라는 별명까지 붙는다.(…)
(*5) 아프가니스탄 제3의 도시, 인구 3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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