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령] 환경성 보고서 #003 환경성 보고서

얍 ㅋㅋㅋ

환경성 보고서

#003



 미네 후지코 실장의 방에서 나온 다음, 츠치미야 카구라가 바로 향한 곳은 문서고였다. 문서고는 그녀에게 나름대로 친숙한 곳이었다. 3년 전 사고가 벌어진 후, 츠치미야는 정양을 이유로 데스크워크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후로 문서고는 츠치미야의 집이 되었다. 책상에 앉아서 일을 보다보면 항시 문서고를 들락날락 해야 했고, 미네 실장이 자신에게 분석 일을 맡긴 이후로는 더더욱 그러했다. 이제 츠치미야는 대책실 내에서 최고의 분석가 중 하나였다.

 시로가네(白金)(*1)의 초자연대책실 본부 건물은 지상 6층에 지하 4층짜리 건물임에도 경시청 대령(對靈)특수기동과, 내각정보조사실(内閣情報調査室)(*2) 초자연정보센터, 그리고 환경성 자연환경국 초자연재해대책실까지 총 3개 부서가 북적이다보니 거의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초자연대책실 역시 문서고를 본부 바로 오른쪽의 6층짜리 창고 건물에 마련해 놓은 상태였다. 벽과 벽이 딱 붙은 채로 지어진 터라 연결통로를 뚫기는 쉬웠지만, 연결통로는 뚫지 않았다.
 문서고를 들어가려면 본부를 나서서 문서고 건물 정문으로 가야 한다. 그 다음에는 문서고 건물 1층의 커피숍과 속옷 매장 사이에 난 계단으로 2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의 중간은 『토키하 초자연현상 연구소. 관계자 외 출입 엄금』이라는 간판이 붙은 두꺼운 철문이 가로막고 있다. 문서고에 들어가려면 이 문 옆에 붙은 벨을 누른 다음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관리책임자 시로가네 하지메(白金基)가 직접 CCTV로 얼굴을 확인한 다음에만 문을 열어 주었으니까.

 도쿄 야쿠르트 스왈로우즈의 팬인 시로가네는 야구 시즌에는 야구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고, 비 시즌에는 다음 시즌의 야구 이야기 아니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이었다. 오늘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빌어먹을. 나는 17년차인데도 이 자리에서 못 벗어나는데 벌써 승진이야? 여기. 그래, 승진한 기분은 어때?”

 츠치미야더러 서명하라고 출입자 확인 리스트를 내밀며 시로가네가 물었다.

너무 친한 척 하지 마시죠? 그리고 왜 반말이야?

츠치미야가 리스트를 철해놓은 판에 묶어놓은 펜으로 이름을 써넣으며 건성으로 답했다.

 “아직 실감은 안 나네요. 자. 여기요.”

 츠치미야가 리스트를 돌려주고는 문서고 안으로 들어갔다.

 서고 안은 열람 테이블들이 놓여진 2층을 제외한다면 전부 종이 박스들이 쌓여있는 찬장, 그리고 철제 캐비닛들로 들어차 있었다. 쇼와(昭和) 20년(*3) 이후로부터 일본에서 일어난 모든 주요 초자연현상 관련 자료를 수집, 정리해 보유한 환경성 문서고는 업계에서 가장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다. 지상 6층 중에서 3개 층을 이러한 서류들이 가득 메우고 있고, 외부에서는 진입이 불가능한 지하 2층에는 비상시를 대비하여 본관과의 연결통로가 뚫려있다. 6층은 휴게실 겸 숙직실로 사용하고, 4층도 절반 정도만 차 있는지라 5층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3개 층을 가득 메운 문서 량만해도 엄청난 양이었다.

 “아이고, 우리 카구라 왔네? 승진했다고 들었는데, 축하해!”

 목록 카드함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츠치미야를 누군가가 불러세웠다. 초자연정보센터에서 선임분석관으로 일하고 있는 사쿠라바 하루카(桜庭春花)였다.

 “감사해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헤헤. 나야 잘 지내지.”

 사쿠라바가 웃었다.

 “뭘 찾아? 또 이사야마 요미 케이스?”

 “요미 언니 케이스 파일도 필요한데, 더 큰거에요.”

 “어휴. 승진 첫날부터 프로젝트야? 여하간 너도 윗전 분들 때문에 고생 많구나.”

 “아하하.”

 사쿠라바 하루카는 현재 일본에서 퇴마업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가장 경력이 화려한 사람이었다. 늙은 요원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늘어놓던 말을 조합해보면, 그녀는 일본 패망 이후부터 미네 실장과 함께 악귀 퇴치 일을 했다고 한다.
 무녀 중에서는 아직까지도 그녀만큼 식신(式神)을 잘 부리는 무녀가 없을 정도였다고도 하고, 68년에 “전공투를 뒤에서 조종하는, 소비에트의 지원을 받는 카테고리 A”를 찾겠다고 날뛰던 미네 실장과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않았다면 아마 지금쯤은 미네의 후임자가 되었을지 모른다고도 한다.
 이제 그녀는 초자연정보센터에서 분석관 일을 하며 매일같이 문서고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상 문서고 사서장이라 불러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였다. 최소한 공식적인 말은 그랬다.

 “자료 조사할 거라면 좀 도와줄까?”

 사쿠라바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츠치미야가 답했다. “그리고 사실, 작전본부장께서 일 하시겠다면 작전본부 분석과장도 도와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무슨 소리야?”

 사쿠라바가 멍한 표정으로 묻자 츠치미야가 얼굴에 웃음을 머금으며 답했다.

 “아 맞다, 미네 실장님이 연락 안 하셨지. 하루카 씨도 오늘부터 승진이에요. 여기 통지서요.”

 츠치미야가 멍하니 서있는 사쿠라바의 손에 통지서를 쥐어주었다.





 “그래서. 미네 실장, 아니 부장님이 정보 새 나갔다고 카구라 너한테 대고 난리를 쳤다고?”

 캐비닛과 캐비닛 사이를 뒤지며 자료를 찾던 사쿠라바가 구석에 앉아서 파일들을 훑어보던 츠치미야에게 물었다.

 “예. 저 자신도 분석실장 지명 사실을 오늘 아침에 실장님, 아니 이제는 국장님한테 불려가서야 알았는데, 요미 언니는 어제 저보고 국장이라고 그랬으니까요.”

 츠치미야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쿠라바가 물었다.

 “꼭 우리 쪽이란 보장은 없잖아? 총리나 황궁 인준 받을 때 옆으로 샌 거 아냐?”

 “애당초 인준 자체가, 실장 급은 몇 명 뽑고 차장 급은 몇 명 뽑을 테니 월급 계산해서 맞춰주십쇼 하는 식으로만 올라가는 거라서요. 알 방법은 없어요. 거기다가 딱 찝어서 작전본부장이라고 했잖아요. 부서 이름은 발표조차도 안 한 상태인데도 말이죠.”

 내부 감찰은 골치 아플텐데. 사쿠라바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몇 가닥 잡아 꼬았다. 초조할 때마다 나오는 버릇이었다.

 “뭐 대상 자체가 좁아지니 다행이기는 해요.“

 다 읽은 파일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츠치미야가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

 “그러면, 어디부터 조사할 생각이야?”

 “요미 언니 케이스요.”

 츠치미야의 대답에 사쿠라바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사야마는 왜?”

 “요미 언니가 사건의 중심이고,” 츠치미야가 아직 읽지 않은 파일을 하나 거내들어 펼쳐들었다. ”그 누설 사실 자체도 요미 언니의 입에서 처음 확인된 거에요. 분명히 요미 언니 아니면 그 주변, 그러니까 미토가와나 이마가와 짓이 분명한 거죠.”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나마 범위가 좀 줄겠네. 여하간 우리보고 그 누설한 놈을 잡아 족치라는 거지? 너나 나나 끝장난거야.”

 사쿠라바가 한숨을 내쉬며 캐비닛을 닫았다.

 “앵글턴이라는 이름, 기억나?

 사쿠라바가 물었다.

 “앵글턴요? 제임스 앵글턴?”

 “그래. 내 친구였어. 영리한 친구였지.”

 옛 생각이 난 사쿠라바가 고개를 위로 살짝 젖혔다. 눈은 살짝 감은 채, 사쿠라바가 옛 이야기를 흐릿한 기억 속에서 뽑아내기 시작했다.

 “방첩임무에서는 우리 부서 내에서도 최고였어. 그런데 그때 영국에 필비라는 친구가 있었어. 앵글턴이랑 같이 일하면서 참 친하게 지냈는데, 알고 보니 이 친구가 KGB 첩자였던 거야. 앵글턴은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고, 그때부터 반쯤 미쳐버렸어. CIA건 어디건 전부 소련 첩자가 있다고 믿기 시작한 거지.”

 사쿠라바가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나 존재하지도 않는 첩자 찾기에 끔찍할 정도로 몰두했는지, 나중에는 콜비 녀석이 앵글턴에게 우리 죄를 다 뒤집어 씌워서 쫓아낸 후에는 우리 쪽에서는 앵글턴 본인이야말로 우리를 박살내기 위해 소련이 보낸 첩자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으니까. 참 아까운 사람이었어. 그렇게 재기발랄했고, 시를 좋아하던 멋쟁이였는데. 그런데 그렇게 미쳐버린 이후론 그 아까운 재능을 광기로 쏟아부었지.”

 사쿠라바가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우리 부서에도 앵글턴이 하나 있어.”

 “실장님 이야기면 들었어요.” 츠치미야가 옆 캐비닛을 열었다. “그 때 의견충돌만 없었어도 하루카 씨가 후임 실장이 됐을 거라고 들었거든요.”

 그 말에 사쿠라바가 풀썩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 내가 그렇게 늙어보여? 미네 실장이랑 동갑으로? 카구라 너무해!” 그녀가 츠치미야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하기야. 하루카 씨 말도 맞지. 츠치미야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츠치미야의 눈에 비친 사쿠라바 하루카는 언제나 18살의 용모수려한 아가씨다. 히메컷에 노란색 머리띠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언제나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갈색 눈의 그녀는 아마 나이 문제만 아니었으면 부서 내 총각들이 돌려대는 “업계 미소녀 리스트”에서 거뜬히 1, 2위는 했을 것이다. 재색 양모 터틀넥에 갈색 모직 플레어 스커트, 그리고 그 위에 붉은 롱코트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한 눈에 보아서는 이 아가씨가 다이쇼 시대에 태어난 양갓집 아가씨, 그러니까 미네 실장과 동갑이라는 생각은 전혀 할 수 없다.

 “하루카 씨 나이는 다 아는데요 뭐.”

 사쿠라바가 뺨을 부풀린 채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귀여워라. 츠치미야가 중얼거렸다.

 “꼭 그 이야기를 꺼내야 돼? 아가씨에게 나이 들먹이는 거는 상처라고.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말이야,” 사쿠라바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이전부터 이미 실장이었어. 그 때를 기점으로 자리를 바꾼 것 뿐.”

 이해하지 못한 츠치미야에게 슬며시 웃음을 날려주며, 그녀가 끼고 있던 보안경을 고쳐썼다.

 “무슨 소리에요 그게?”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사쿠라바가 코 끝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패전국의 설움?”

 정말이지, 하루카 씨는 가끔 씩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츠치미야가 고개를 내저었다.

 “카구라, 이해 안 가는구나.”

 “당연하죠. 뜬금없이 그러시는데 제가 어떻-“

 “내 소속 어디인지 알지?”

 아하. 모를 리가 있나요. 츠치미야가 피식 웃었다.

 “요즘 랭글리에서는 소식 없어요?”

 “그 동네는 탈레반 족치기도 바쁘다고. 이런 조용한 동네에 신경이나 쓸 것 같아?”

 사쿠라바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자, 카구라 본부장님. 선물.”

 “앗, 포키!”

 자료 속에 파묻혀 허우적대기를 세 시간, 간신히 챙겨갈 자료들을 정리해서 박스에 포장까지 완료한 둘은 자료 옮기는 것을 도와주러 온 니무라와 함께 나머지 요청한 자료들이 올 때까지 잠시 옥상층의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휴게실이라 해봐야 대단한 것은 없었다. 낡은 핀볼 기계 한 대와 음료수용과 과자용 자판기가 각각 한 대씩 있고, 방 중앙에는 4인이 둘러 앉을 수 있는 원탁이 세 개 놓여져 있다. 자판기와 핀볼 반대편에는 소파와 커피메이커, 간단한 차 정도는 끓일 수 있는 휴대용 가스레인지, 그리고 티포트와 찻잔 세트, 과자 등을 넣어두는 자그마한 수납장이 있다. 벽에는 직원들의 사진과 직원들이 직접 그려서 걸어놓은 그림들이 걸려있다. 그 외에는 별다른 장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열람실보다는 편안했다. 최소한 대화와 다과 정도는 허용되는 곳이었으니까.

 “자료가 많네.”

 반출 문서 리스트를 훑어보던 니무라가 고개를 내저었다. 가히 10상자 이상은 되는 양이다. 사람을 더 부르지 않고 혼자 나르게 된다면 본부까지만 거의 세네 번 이상은 오고 가야 간신히 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문서를 훑어보던 니무라의 눈에 무언가가 띄었다. 주금도 인적현황, 주금도 활동 정기보고서, 2006년 7월부터 최신본까지, 주금도 자금 흐름 분석……주금도 자료가 절반이 넘었다. 의아해진 니무라가 물었다.

 “야, 이거 주금도 자료가 절반이 넘잖아? 주금도에 의심가는 거라도 있어?”

 “응. 아무래도 요즘 동향을 보면 주금도 쪽 같아서 말이야.”

 “무슨 근거로?”

 “요즘 얘네들이 무슨 작전을 벌이는지 활동 자체가 갑자기 늘어났어.”

 니무라의 질문에 포키를 우물대며 츠치미야가 답했다.

 “흠. 그거라면 경시청의 이마와노 경부보(警部補)(*4) 불러야 하지 않아?”

 캔 우롱차를 홀짝이며 묻는 사쿠라바에게 츠치미야가 고개를 저었다

 “시즈루는 그냥 내버려 두죠.”

 사쿠라바가 발로 상자를 툭툭 걷어찼다.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자료는 줄줄히 뽑아낸다고는 하지만 사실 주금도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게 없잖아. 우리 인정할 거는 인정하자고.”

 사쿠라바가 캔 안의 내용물을 단번에 들이켰다.

 “시즈루는 세츠나 여동생이에요. 자기 언니 잡는 일에 협력하라고 하자고요? 거기다가, 이제서야 좀 안정적으로 사려는 애한테 다시-”

 사쿠라바가 말을 끊었다.

 “우리가 주금도에 대해서 아는 게 뭐야? 뭐 자금 흐름이야 알지. 그런데 내 말은, 그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가를 아느냐 이 말이야. 보스가 누군지는 알아. 하지만 그 밑에서 얼마나 되는 애들이 돌아다니지? 누가 하부 조직들을 운영하지? 모르잖아! 침투한 요원도 없어!”

 사쿠라바가 다시 강하게 상자를 걷어찼다.

 “이 쓸모없는 서류 더미들도 다 추측뿐이라고! 그나마 좀 사실에 부합하게 작성된 것도 이마와노 경부보가 준 정보뿐이란 말이야!”

 그건 사실이지. 츠치미야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금도에 침투하는 것은 환경성이건 경시청이건 내각조사실이건 누구든지 지난 40년간 꿈꿔왔던 일이었다. 여태까지 환경성 혼자만 하더라도 지난 6년간 약 20회가 넘는 주금도 침투 작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주금도의 조직에 정부 요원을 침투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주금도 조직은 철저한 비밀주의로 일관했고, 조직원을 뽑는 것 또한 철저했다.

 주금도의 신입 조직원 채용방식은 대강 이러했다. 중간급 간부가 쓸만한 재목을 찾으면 상층부에 보고를 한다. 그러면 상층부에서는 뒷조사를 해 배경을 체크한다. 채용은 고급 간부들이 그 백그라운드 체크 파일을 읽고 승인한 다음에 그 신입 조직원이 최소한 한 사람, 그것도 환경성 대책실이나 경시청 대령기동과 등 그들의 주적인 부서들의 정부 요원을 죽인 후에만 이루어졌다.

 강철 심장을 가진 미네 실장조차도 그러한 위험한 작전은 승인하려 들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비밀작전을 성공시키겠답시고 자기네 요원을 죽인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었다.

 열이 단단히 올랐는지 서류철을 집어던지며 사쿠라바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주금도 전문가는 단 한 사람, 이마와노 시즈루 뿐이야. 잘 생각해 보라고, 본부장님. 그 친구는 꼭 있어야 해.”

 사쿠라바로서는 미칠 노릇이었다. 환경성은 항시 정보가 부족했다. 정보 수집 속도는 끔찍하게 느렸고, 그나마 많은 돈을 퍼부어 얻는 정보들도 대부분 쓸모 없는 물건들이었다. 최소한 우리네마냥 정보가 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와서 허우적대는 상황이면 멍청함에 반성이라도 하지. 이건 아예 자료조차 없으니!

 “자료가 필요하다고, 본부장님. 자료! 자료 말이야!”

 사쿠라바의 고함소리에 진절머리를 치며 츠치미야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그러면, 내일은 일요일이니 월요일에 제가 경시청에 들러서 시즈루한테 직접 이야기를 해볼게요.”

 사쿠라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보는게 좋을거야. 정말이지 우리에겐 주금도 내부를 아는 인간이 필요하다구.”

 자료에 목이 말라있던 사쿠라바로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주금도에 대해서는 역정보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얻을 수 있는 것은 폭력가에서 떠도는 소문들뿐이다. 그녀로서는 정보가 필요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보를 얻어내야 했다.

 “후. 일단 소리쳐서 미안한데, 정말로 시즈루하고 이야기 해봐. 이 상태로는 아무 것도 못 해.”

 사쿠라바가 한숨을 내쉬었다.

점점 일이 더 커지는걸.


 츠치미야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주석

(*1) 도쿄 미나토(港)구의 지명. 고층 건물, 대학, 저층 건물, 상업지대 등이 적절하게 섞인 동네. 딱 아니메서 나오는 스테레오티피컬한 동네랄까.

(*2) 통칭 “나이쵸(内調)” 일본의 정보기관. 말은 정보 기관인데 다른 나라에 비하면 애걔 소리가 나올 정도. 첩보 자체도 외부(종합상사 정보망이나 언론)에 꽤 의존도가 높은 정도니 뭐……

(*3) 쇼와(昭和) 연호는 1926~1989. 즉 1945년.

(*4) 경부보 (警部補, assisant police inspector). 한국 경찰의 경위에 해당. 경찰서 계장이나 본부 (경시청 또는 지방 경찰본부)의 주임직을 맡는다. 한국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국가 공무원 시험 1종 합격자, 즉 “캐리어”들이 최초로 받는 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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