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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에서 불황으로 - Dog Days, 마도카 마기카, 그리고 아노하나 by 카군

시작은 안죠 아나루나루코 양으로.



거의 2일동안 신들린듯 썼습니다. 죽어라 써내려갔는데 과연 평이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_-;

이 횡설수설 장문 끝가지 다 읽어주시며 교정 보시느라 수고 많으셨던, 본햏의 약간 배나오고 걷는 것 좋아하고 B급 센스로 넘치시는 미식가 뮤즈(...) 오그드루 자하드님께 무한한 감사를.

호황에서 불황으로

Dog Days, 마도카 마기카, 그리고 아노하나

호황기, 도금시대, 그리고 불황기의 감성


  이번 시즌을 보다보면 흥미로운 작품들이 여럿 보인다. <Dog Days>,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이하 '아노하나')>, 그리고 어쩌다보니 도호쿠 지진 여파를 직격으로 얻어맞고 이번 시즌까지 질질 끌려나온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이하 '마도카 마기카')>. 각자 한 시대를 대표하는 것들이다. 그래, 이거 필자의 설레발일 수도 있다는 거 잘 안다. 그래도 한 번만 따라와 줬으면 한다. 간만에 쓰는 장문이다.(...)


 1. <Dog Days>, 때늦은 말랑말랑한 호황기 감성

   츠즈키 마사키(都築真紀)는 트라이앵글 하트 시리즈도 있었지만, 그의 전성기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다. 바로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시리즈를 만들던 그 시절. 여기서 독자 여러분께 질문. 여러분은 2004~2007 사이에 나온 애니메이션을 대라면 과연 3분 안에 몇이나 댈 수 있는가? 필자도 사실 끽해봐야 <마이히메>와 <제로의 사역마>, 그리고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정도였다.-_-;
  사실 저 시절은 지금보다도 더 많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다. 일본 경제는 나름대로 몸을 추스르는 모습을 보였고, "잃어버린 10년"은 슬슬 지나가는 듯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역사상 흔치 않은 "극장형 정치"를 선보였다. 우정개혁에 반대한 자민당 의원들에겐 "고이즈미 자객"을 보냈고, 북한에서는 납북자 가족들을 구해왔다. 일본에는 간만에 활기가 도는 듯 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도 새 바람이 불었다. 야마모토 유타카는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극한의 캐릭터 작화로 전세계적 영상 충격을 가했고, 이른바 "서비스형 애니"가 잘 팔리면서 로봇물로 유명한 선라이즈조차도 <마이히메> 시리즈로 시작되는 이른바 "모에물" 작품 라인업을 세우기 시작했다(물론 마이히메 시리즈와는 달리 <아이돌마스터 제노글로시아>는 폭싹 망했지만-_-). 호황이 온 것이다.
  호황기의 작품들은 밝은 기조가 특징이다. 모든 것이 낙관적이고, 모든 것은 결론적으로는 잘 될 것이다. 적이라도 친구가 될 수 있으며, 주인공들이 죽더라도 다시 살릴 수도 있다. 조금 야시시하면 더 좋고. 미국도 전후 케인즈 호황 시절에는 그랬다. 모든게 잘 될 거야! 뜨거운 것이 좋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경제가 살아나는데 뭔 걱정이람! 이런 시대야말로 이른바 "우울한" 작품들의 무덤이다. 사람들은 즐기고 싶어하지, TV 앞에 앉아서 기분을 잡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츠즈키 마사키의 시그니쳐, 세븐 아크스 사의 캐시카우 <리리컬 나노하> 시리즈가 바로 이랬다. 주인공들은 거진 스페이스 오페라 레벨의 마법 포격을 서로에게 뻥뻥 쏴제끼지만, 뭐 괜찮다. "비살상" 마법이라서 사람은 안 죽는다. 다만 배리어 자켓은 찢어져서 속살이 보일 뿐이지. 적은 항상 나타나지만, 포격전을 한번 겨뤄보며 설득하다 보면 결국은 다들 친구가 될 수 있다. 물론 옷들은 좀 찢어져서 속살은 보이지만. 아 그리고 쟤네들 다 초딩이라는 건 그닥 중요치 않슴미다 고갱님들.
  <Dog Days>는 2007년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StrikerS> 이후 잠수했던(극장판 프로젝트는 여기서는 제외한다) 츠즈키의 신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다. 츠즈키의 거의 온실 레벨에 가까운 평화주의는 여기서도 그 위명을 떨친다. "전쟁"은 사실상 스포츠 경기화돼서 중계까지 하는 판국이고, 하급 병사들은 타격당하면 동물 인형으로 변하고(!), 상급 장수들은 타격치가 올라가면 장갑이 파괴된다(!!). 장갑파괴 설정 덕택에 서비스신이 난무하고, 성우들도 값비싼 성우들로 전면 포진시켰다(당장 오프닝부터가 이 바닥 최고의 가희 미즈키 나나다-_-). 한마디로 호황기 애니메이션의 때늦은 등장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는 자신할 수 있다. 이게 2000년대 중반정도에 나왔더라도 나름대로 뜰 수는 있었을 것이다. 아니, 몇 달 전에만 나왔더라도 나름 팔 수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때가 늦었다. 좋은 시절은 지나갔으니까.


2. <마도카 마기카>, 도금시대의 불안과 퇴폐, 그리고 광기

  이제 호황이 진행되면, 필연적으로 다음 시대가 온다. 바로 도금시대(Gilded Age)다. 이제 호황의 기쁨과 즐거움은 막연한 불안감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빛나던 금박이 벗겨지고 속살이 드러난다. 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파티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며, 그 날이 오면 우리는 모두 정복자 구더기에게 씹혀먹힐 것이다. "불황"이라는 정복자 구더기에게. 이제 퇴폐적 분위기가 시대에 흐르기 시작하며, 퇴폐는 광기를 낳는다. 도금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 시기에 오면 일본도 다시 변화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2006년 사임했고, 후임 아베 신조는 1년만인 2007년 불명예스럽게 쫓겨나면서 2009년 민주당 집권시까지 계속 될 총리 퇴임 퍼레이드의 스타트를 끊었다. 경제는 서브프라임 사태를 직격으로 얻어맞고 휘청대기 시작했으며, 사회는 다시 활력을 잃었다. 민주당이 2009년 집권하긴 했지만, "자민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카레라이스와 라이스카레의 차이"라는 누군가의 말 처럼 정부는 여전히 비틀댔다. 도금이 벗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금시대가 되면 사람들은 다양한 부류의 작품을 시도한다. 어떤 이들은 호황 시절 잘 팔리던 물건들의 농도를 높인다. 더 야시시하게. 더 막장으로. 어떤 이들은 우려먹을 것이 떨어지니 예전에 잘 나가던 작품들을 창고서 들고 와 새로 리부트를 시도하기도 한다(물론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 망한다-_-). 어떤 이들은 냉소와 풍자로 시선을 돌린다. 이도 저도 아니면 기존 작품의 스핀오프를 내던가.
  이러한 면에서 <마도카 마기카>는 매우 특이한 작품이다. 특이한 영상미로 이름을 날린 스튜디오 샤프트가 제작을 맡고, 하드보일드적 시나리오로 유명한 우로부치 겐을 시나리오 라이터로 앉혔다. 거기다가 캐릭터 디자이너로는 "치유계"의 대표주자 아오키 우메를 앉혔다. 평시라면 전혀 실현될 가망조차 없던 조합이다. 거기다가 제작진은 우로부치 겐이 시나리오 라이터라는 것을 최소한 3화까지는 숨기려고 했다. 그래, 그 3화-_-.
  <마도카 마기카>의 세계는 매우 극단적인 콘트라스트를 보여준다. 사람은 극한까지 작아지고, 배경이 인물을 압도한다. 스탠리 큐브릭 영화가 그렇듯이. 배경의 대비 또한 그렇다. 미타키하라 시는 길거리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가동해도 될 듯한 극한의 정결함과 무기질성으로 시청자를 압도하며, 마녀의 결계는 그와 반대로 바로크적 생동감과 광기가 극대화된다. 캐릭터와 기존의 클리셰들에게는 매서운 공격이 퍼부어진다. 모든 것을 믿을 수 없으며, 시청자의 편집증적 공포 또한 극대화된다. 아르토가 <잔혹연극론>서 말했듯 시청자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직격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마도카 마기카>의 성공 원인을 논의한다. 떡밥을 잘 던져서, 작품 퀄리티가 좋아서, 우로부치의 네임밸류 때문에, 등등. 하지만 본인의 생각은 이렇다. <마도카 마기카>는 2010년 제작이 발표되었다. 도금시대가 절정을 달리던 때이다. 그리고 그들은 도금시대가 극점에 다다른 그 시간에, 그 시대의 정수를 담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2007년에 <마도카 마기카>가 나왔다면 화제는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제를 독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3. <아노하나>, 어부왕을 그리며

"I've sent my brightest and bravest men to search for this. How did you find it?" 
"I don't know. I only knew that you were thirsty."
"나는 이걸 찾으려고 내 가장 현명하고 용감한 부하들을 보냈었어. 대체 어떻게 찾은 거지?"
"잘 모르겠습니다. 전 그저 전하께서 목이 마르시단 것만 알고 있었어요."

-테리 길리엄, <The Fisher king(1991)> 中 어부왕과 바보의 대화

  켈트족에는 "어부왕(Fisher King) 전설"이라는 것이 있다. 옛날 어느 왕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다리, 혹은 어떤 버전에서는 좋지 않은 부위-_-를 다쳐서 그 후로 고통 속에서 살아야 했고, 그의 왕국도 그와 함께 힘을 잃고 황무지가 되었다. 그는 이제 물고기를 잡으며 고통을 잊는다(그래서 어부왕이다). 어느 날 기사 퍼시벌이 지나가면서 그 어부왕을 발견하게 되고, 그는 키워드인 질문("이 성은 누구의 것입니까?)을 제대로 물으면서 왕을 치유하게 된다. 그와 함게 황무지도 다시 번영하는 왕국으로 돌아간다. 이런 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원래 버전은 조금 다르다. 어떤 점에서 다르냐고? 원래 질문은 "그 그릇은 누구를 접대하기 위한 겁니까?" 혹은 "그 창은 누구의 것입니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퍼시벌은 그 질문을 미루는 바람에 결국 왕과 왕국 모두 사라지게 된다.-_-
  도금시대의 말기와 불황시대의 초기를 구분하기란 참 어렵다. 불황은 한번에 닥치는 것이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조금씩 소리 없이 잠식해오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일본의 도금시대는 2011년 초까지도 이어졌다.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인식이 생겨났긴 했지만, 그저 도금시대의 연장일 뿐이지 전혀 새 호황은 오지 않았다. 이제는 일본이 자랑하던 전자산업마저 IT분야의 갈라파고스화로 국제 경쟁력이 처참하게 추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2011년, 결국 동일본 대지진이 터졌다. 그들이 그토록 자랑하던 "완벽한 시스템, 완벽한 기술"의 신화는 단숨에 깨졌으며, 일본의 모든 병폐가 샅샅히 까발려졌다. 쓰나미는 모든 것을 휩쓸고 폐허와 박살난 원전만을 남겼다. 수도 도쿄로까지 방사능이 날아들었다. 믿던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박살난 것이다. 이제 불황이 죽음의 네 기사의 호위를 받으며 도쿄 시내를 행진한다. 지진과 쓰나미에 휩쓸려 죽은 도금시대의 시체 너머로.
  불황이 오면 자신들이 쌓아올렸던 것들, 자랑스러워했던 것들은 눈앞에서 송두리째 무너진다. 도금시대엔 그래도 희망이나마 있었지만, 불황이 찾아오면 그런 것도 사라지게 된다. 웃음을 찾아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이들도 있지만, 불황기에는 웃음조차도 자조와 애수가 배어 나온다. 버스터 키튼이 우울한 얼굴로 코미디를 선보이고 찰리 채플린이 언제나 웃음 사이에 가슴에 쏠 따끔한 한 방을 숨겼듯이. 이제 사람들은 각자의 어부왕을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IMF 시절 유행하던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오체불만족> 류의 인간승리 드라마에 매달리기도 한다. 다른 이들은 즐거웠던 호황의 나날들, 근심 걱정 없던 아름다웠던 시절들을 향해 처절하게 외친다. 나 다시 돌아갈래!
  <아노하나>의 스토리라인은 매우 고전적인 클리셰로 이루어져 있다. 생자는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고, 이제 그 잘못을 고치기 위해 절망하는 생자에게 사자가 강림, 그를 돕는다. <길가메시 서사시> 시절부터 나오던 클리셰다. 초등학교 시절 골목대장이요 "초평화 버스터즈"의 리더였던 야도미 "진땅" 진타는 10년 전 여름, 첫사랑이던 혼마 "멘마" 메이코를 사고로 잃는다. 사고 이후 하나 둘씩 친구들은 "초평화 버스터즈"를 떠났고, 사실상 남은 것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히키코모리가 된 진타 뿐이다. 이제 서먹해진 그들은 각자의 인생을 산다. 그러던 10년 후 어느 여름날, 진타의 눈 앞에 멘마가 다시 나타난다. 성장한 모습으로 나온 그녀는 자신의 소원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하는 것은 하나, "옛 친구들 여섯이 모두 모여야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뿐. 이제 진타는 집 밖으로 나와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멘마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그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아노하나>의 감독 나가이 타츠유키는 1976년생이다. 시나리오 라이터 오카다 마리 등 다른 스탭들도 엇비슷한 나이다. 그들이 10년 전 진타의 나이였던 80년대 후반, 일본의 버블은 최고로 치솟아 올랐다. 위대하고도 신성한 엔화만 있다면 서민이라도 꿈에만 그리던 파리, 로마, 뉴욕 어디건 가서 왕이 될 수 있었다. "아버지" 사장님에게 충성만 바친다면 "자식" 샐러리맨들은 몸은 힘들어도 당당히 가장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소니의 워크맨은 세계를 지배했고, 이미 미국의 도로를 정복한 도요타는 렉서스를 런칭하며 럭셔리 시장에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잔뜩 겁먹은 미국인들은 도요타를 때려부수고 <라이징 선>을 읽으며 자위했다. 팍스 자포니카(Pax Japonica)의 꿈도 진정 허황된 것은 아닌 듯 했다.
  하지만 나가이 감독이 10대 후반이 된 90년대 중반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클린턴 아래에서 대호황을 맛보며 미국이 다시 살아나는 동안, 일본은 끔찍한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일본인이 믿고 따르던 모든 가치는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에 쳐박혔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자식들"은 놀이터에서 그네나 타거나 아니면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 신세가 되었다. 가장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히키코모리니 오타쿠니 하는 이야기가 전면으로 등장한 것도, (본인도 중증 우울증 환자요 오타쿠였던) 안노 히데아키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으로 위명을 떨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무언가 감이 잡히는 것이 있으신가? <아노하나>의 배경은 2011년이다. 10년 전, "초평화 버스터즈" 시절은? 2001년. 고이즈미 소호황의 시작기이다. 
  자, 썰이 길었다. 불황기 작품들은 대체로 회고적 경향을 보이곤 한다. 지금은 흘러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름다운 옛날에 대한 회상과 애수, 그리고 회한이 작품 속에서 배어나온다. 진타는 멘마의 소원을 위해 11화 내내 죽자사자 노력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멘마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성배는 존재하지 않고, 어부왕이 다시 젊어지는 일 따위는 없듯이 친구들은 변했고, 죽은 사람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하지만 최소 무언가는 나아질 것이다. 진타는 히키코모리 생활서 벗어날 것이고, 지금은 서로 으르렁대고 서먹할 지라도 친구들 사이의 상처도 아물 것이다. 불황기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한 갈래 희망을 주곤 하니까. 채플린의 그 독하기 그지없던 <모던 타임즈>도 마지막은 길거리를 걸어가며 한 줄기 희망이나마 보여주었고, <아노하나>는 최소한 <박하사탕>은 아니니까.


4. 마무리 - 호황에서 불황으로, 세상은 돌고 돌고

  예술은 작가와 소비자의 주변 상황에 크게 작용한다. <고지라>를 예로 들어보자. 캐슬 브라보 사건이 터지면서, 일본인들 사이에 아직 남아있던 핵공포는 다시 재점화됐고, 토에이는 1954년 <고지라>를 선보였다. 일본인들은 핵으로 집을 잃고 분노하는 이 방사능 돌연변이 공룡의 위용에 떨며 영화관으로 몰려들었고, 그 이후로 <고지라> 시리즈는 토에이의 새로운 돈줄이 된다. 그리고 60년대가 되면서 일본의 호황기가 시작된다. 이제 고지라는 점점 개그 캐릭터화되기 시작한다. 드롭킥을 날리질 않나 괴수어(語)로 다른 괴수랑 대화를 하질 않나(!) 다른 괴수에게 발리지를 않나. 이 사태가 진정된 것은 80년대, 그러니까 도금시대가 도래하고 다시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고지라의 이미지가 돌아온 후의 일이었다.
  이런 식으로 한 시대와 그 시대의 작품들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물론 이게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람의 취향은 가지각색이니까. 하지만 그 시대의 명작으로 남은 것들을 보면 어느 정도 연관은 있다. 호황기라면 밝은 기조의 낙관적인 작품이 유행한다. 사람들은 기분이 좋고 지갑은 빵빵하니까. 호황기가 지속되면 이제 도금시대가 들어오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불안감이 침습한다. 블랙 유머라던가 클리셰를 부수는 류의 어딘가 뒤틀린 작품들이 인기를 끌게 된다. 이제 불황이 오게 되면 사람들은 과거를 애타게 그리워하기 시작한다. 내 지갑은 비었고 몸과 마음은 괴롭다. 이제는 웃음마저도 어딘가 불안하다. 우울한 작품들이 치고 올라오게 된다. 그러다가 이제 호황이 다시 오게 되면 다시 호황기 기조로 리셋하고 다시 시작을 하는 거다.
  <아노하나>를 필두로 이번 시즌들은 우울한 작품들이 인정을 받는 기세이다. <C>에서는 사람 수명으로 노름질을 하고(역시나 고전적 클리셰다), <데드맨 원더랜드>에서는 이능력자들이 정부가 만든 감옥 속에서 목숨 걸고 전투(그것도 쇼로서 생중계되는!)를 벌여야 한다. 스튜디오 샤프트의 <전파녀와 청춘남>은 아직까지는 도금시대적 감성을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시대가 바뀌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을 들자면, 필자는 기간한정 PV로 공개된 아노하나 TVA 엔딩(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꼽겠다. 나가이 감독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흰색 배경화면 아래로 잿빛 꽃들이 빙글빙글 돌며 비처럼 쏟아진다. 10년 전 모습을 한 세 주연급 여주인공들이 우산을 쓰고 꺄꺄거리며 달려간다. 그 모습을 현재 모습의 셋이 지켜본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화면이 뒤로 쭉 빠진다. 이제 노래의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총천연색으로 꽃비가 바뀌고...꽃비가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성배를 발견하고, 어부왕이 치유된 것이다.
  ...여태까지 읽느라 수고하셨다. 이제 결론을 내도록 하자. 이제 일본 서브컬쳐는 한 사이클을 전부 돌았다. 본인은 일본 불황이 얼마나 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도 모두 알듯이, 불황의 90년대 후반, 일본이 내놓은 것은 <카우보이 비밥>과 <하이바네 연맹>, 그리고 <공각기동대>였다. 앞으로도 일본 서브컬쳐물의 우울함은 한동안 더 나아가면 나아갔지 뒤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그 날까지. 그래도 한낱 희망을 가져보도록 하자. 결국은 알고 있지 않은가. 멘마는 소원을 이룰 것이고, 진타는 새 삶을 살 것이다. 희망은 올 것이다. IMF 때 인기있던 드라마도 있지 않은가. <파랑새는 있다>고. 마무리로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 가사나 번역하고 끝내련다. 찰리 채플린의 <Smile>이다.


Smile though your heart is aching
Smile even though its breaking
When there are clouds in the sky, you'll get by
If you smile with your fear and sorrow
Smile and maybe tomorrow
You'll find that life is still worthwhile
If you just Light up your face with gladness
Hide every trace of sadness
Although a tear may be ever so near
That's the time you must keep on trying
Smile, what's the use of crying?
You'll find that life is still worthwhile.

가슴이 아플지라도 웃어라
가슴이 부서질지라도 웃어라
하늘에 구름이 있다면, 그대 그럭저럭 살아 나가리
웃는다면 아마 내일 그대 삶이 아직 가치있다는 걸 발견하리
만일 그대 그냥 얼굴을 기쁨으로 밝히고
모든 슬픔의 흔적을 숨기고
만일 눈물이 터지기 직전이라도
그때야말로 계속 시도해야 할 때
웃어라, 울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대 삶이 아직 가치있다는 걸 발견하리라


...희망을 잃지 말자. 불황이 올 때 우리가 의지할 것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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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나이트 2011/04/22 00:23 # 삭제 답글

    좋은글 읽고 갑니다.
  • 카군 2011/04/22 00:48 #

    감사합니다 :-)
  • 로크네스 2011/04/22 00:26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카군 2011/04/22 00:48 #

    잘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 울트라김군 2011/04/22 00:26 # 답글

    잘 읽었습니다.
    사람은 용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하지만 희망이 있기에 용기도 끝까지 남아있지 않나 싶어요[...]
  • 카군 2011/04/22 00:48 #

    용기와 희망은 원래 한 세트긴 하죠. 희망이 있어야 용기를 얻고 용기가 있어야 희망을 가지는...
  • 타자와 2011/04/22 01:07 # 답글

    시험기간이라 마마마밖에 읽지를 못했습니다.

    근데 정말 마마마는 시대를 잘 탄 것 같아요. 그냥 일반적으로 치유계 계통으로 나왔다면 이름만 나오고 끝날 수 있는 작품이었으니까요.
  • 카군 2011/04/22 01:08 #

    가끔 그런게 있죠. 걸작인데도 시대를 못 탄 "비운의 걸작(푸른 꽃, 다이쇼 야구소녀, 하늘 가는대로, 등등등...)"이 있고 또 이렇게 정확히 타이밍 맞춰서 나와 추앙받는 "걸작"이 있으니...
  • 타자와 2011/04/22 01:11 #

    하늘 가는대로의 경우에는 좀...

    청춘과 천문학을 접문한 작품들은 꽤 있었어요. 하지만 다 명작으로 치부되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과학이라는 학문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대부분 과학지식이 접목되 있는 작품은 빛을 못 봤던 것으로 기억해요.
  • 카군 2011/04/22 01:16 #

    하기야 <하늘 가는대로>는 '걸작'은 그렇고 수작 정도죠. 근데 개인적으로 <하늘 가는대로>는 나름대로 괜찮았거든요. 그렇게까지 바닥에 쳐박힐 물건은 전혀 아니었는데...
  • TrollMage 2011/04/22 01:14 # 답글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카군 2011/04/22 01:16 #

    아이고, 감사합니다 :-)
  • あさぎり 2011/04/22 01:17 #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
    [지금 마마마 방송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카군 2011/04/22 01:18 #

    으헤헤. 전 내일 저녁까지 두문불출하다 보려고요.ㅠㅠ
  • exnoy 2011/04/22 01:20 # 답글

    사실 제 테이스트는 다크한 쪽이나(마마마라거나) 아니면 아예 말도 안되는 뇌내꽃밭(복날)정도인 터라 이번 분기는 참 풍년입니다. 볼시간은 없지만(....)

    아니면 제가 그냥 청춘물이 취향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푸른꽃은 보다 졸았고, 다이쇼 야구소녀는 다른거 본다고 안봤고 하늘 가는대로는 손발이 오그라 들려고 해서 하차 했으니(.....)
  • 카군 2011/04/22 13:31 #

    양극단을 즐기시는군요 ㅋㅋㅋ 사실 푸른 꽃은 템포가 많이 느리고(저야 프랑스 예술영화 보던 가락으로 버텼지만-_-;;;) 하늘 가는대로는 기본적으로 순정물이죠. 각자의 취향이란 건 다 다른 법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 케이군 2011/04/22 01:31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카군 2011/04/22 18:48 #

    감사합니다 :-)
  • 04~07 2011/04/22 01:34 # 삭제 답글

    마이히메나 제로의 사역마도 있지만,

    그보다 코드기어스, 그렌라간 등등 괜찮은 작품 많았는데요.....

    비록 만화지만 데스노트 등 대작도 그때 나왔고,

    06,07,08기는 솔직히 애니 호황기 아니였나요?

    솔직히 더블오 2기를 마지막으로 불황기가 시작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 그 당시가 2011/04/22 03:00 # 삭제

    호황이었다고 위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정확히는 호황에서 도금으로 넘어가는 시기)

    그리고 주인장께선 그 호황기에 정작 물건은 쏟아졌지만 '작품'은 없었다는 논조같은데요.

    솔직히 코드기어스, 그렌라간, 데스노트 등은 재미는 있었지만 그 뿐..... '작품'으로 평가받기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 ㅇㅇ 2011/04/22 10:56 # 삭제

    에이... 예시로든 애니가 제로의 사역마랑 마이히멘데 문 작품성 ㅋㅋㅋ 차라리 천연용자물인 그렌라간이나 데스노트 등이 훨씬 "작품" 아닌가 ㅋㅋㅋㅋ
  • ... 2011/04/22 11:36 # 삭제

    코드기어스가 단순 표면적인 이야기만 보면 재미만을 추구한 작품이지만
    내면을 잘 살펴보면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기도했고
    연출 하나하나에도 심리를 많이 잘 반영했던지라 개인적으로는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작진들이 주제나 생각들을 너무 감춰왔고
    중간중간에 개연성 없는 부분들이 좀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지
    수작이 아닐지언정 재미뿐이라는 건 찬성하진 못하겠군요.
  • 코모리 2011/04/23 10:50 #

    그 당시가// 한 작품을 '작품'으로 평가받기에 힘들다니 모순되는 말씀을 하시네요.
  • 04~07 2011/04/22 01:34 # 삭제 답글

    06~08기가 아니라 06~08년이네요;
  • 둠스타 2011/04/22 01:47 # 답글

    양질의 글이네요.
    잘 읽고 갑니다.
  • 카군 2011/04/22 18:49 #

    양질이라니. 칭찬 감사하니다. 으히힛.
  • wasp 2011/04/22 01:49 # 답글

    좋은글 읽고갑니다.

    그런의미에서 IS는 대체 어떤 애니였던 걸까요... 끝까지 봤지만 이 애니는 뭐랄까... dog days같은 느낌이랄까요....
  • 黒猫 2011/04/22 02:20 # 답글

    그런데 한국은 호황이라죠....
  • 카군 2011/04/22 13:39 #

    글쎄요. 한국도 이미 불황으로 접어든 분위기에요. 제가 키워드를 드리죠. 뉴타운. 그리고 헌인마을.(후우)
  • 피그말리온 2011/04/22 03:16 # 답글

    - 도그 데이즈는 대놓고 쉽게 만들고 쉽게 팔겠다는 의도가 가득한 애니인데, 마마마가 이미 헤집어놨고 이제 아노하나와 같은 애니가 부상하는데 뭔가 엄한 등장이라는 생각은 있습니다만 바꿔 생각하면 이렇게 쉽게 만드는게 불황을 버티는 전략이 될 수도 있을테니까요.

    - 마마마의 성공은 확실히 이채로운게, 그 샤프트가 그렇게 애니를 내놓은 것도 의외고 그럼에도 애니가 또 엄청난 호응을 얻은 것도 신기하고 암튼 뭔가 기존의 공식으로는 설명이 안되는거 같습니다. 다만 이게 스즈미야 하루히 시절 즈음에 나왔으면 확실히 호불호만 가득한 전형적인 샤프트의 애니가 되었다고 봅니다.

    - 아노하나에 대한 부분을 읽어보니 생각나는게, 마마마도 그렇고 요즘 묘하게 차가운 현실을 보여주는 애니가 많아진거 같습니다. 언급 안되었는데 꽃피는 이로하도 초장부터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외할머니에게 따귀를 맞으면서 등장하니까 말이죠. 정말 불황기의 질서가 애니에도 보이는거 같습니다.
  • 카군 2011/04/22 18:47 #

    - 그래서 <Dog Days>가 딱 호황시대 발상이죠. "팔리는 요소 A와 B를 섞으면 잘 팔리겠지!" 문제는 A+B가 언제나 (A+B)가 아니라 거기서 뭔가 변조된 괴악한 폐기물 C가 나오기 십상이란 거지만 말입니다-_-;;; (AB라던가 AB라던가 AB라던가 AB라던가...)

    - 저도 <마도카 마기카>의 인기를 계속 생각하다 그나마 결론 비슷하게 낸게 위의 글 내용이었습니다. 적절한 시대에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적절한 작품. 사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의문인건 정작 <마도카 마기카>가 아니라 <인피니트 스트라토스>가 왜 이정도로 떴느냐였지만 말입니다-_-

    - 사실 <꽃피는 이로하>는 의외로 가벼워요. 아침 드라마 수준이라고 해야하나 이걸. 실제로 3화 보면 나름대로 많이 가볍게 변했죠. 하지만 <아노하나>는 정말 생각도 못하게 묵직한 녀석이라 이거....
  • Hineo 2011/04/22 20:42 #

    개인적으로는 IS 역시 '타이밍'이 관건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딱 포지션이 '마마마의 반대'에 가깝거든요. 마마마의 영향력이 큰만큼 IS 역시 커지는 관계랄까... 사실 이건 금요일 애니라면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마마마의 반대 포지션'에 가까운 '보수적인 퀄리티의 애니'가 IS밖에 없었기 때문에 IS가 '선택'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P. S : 꽃이 피는 첫걸음은 저도 역시 (다른 사람이 무겁다 무겁다 그런데 비하면) '가볍다'라고 생각. 전 1화부터 이미 '그렇게 무거운 편은 아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표현이 조금 무겁게 접근해서 그렇지.
  • 피그말리온 2011/04/22 21:36 #

    아, 저도 꽃피는 이로하는 가벼운 애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부분이나마 그런 것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이에요.
  • あさぎり 2011/04/22 04:52 # 답글

    그리고 나온 충격과 공포의 엔딩... 두둥
  • 카군 2011/04/22 18:48 #

    지금 보러 갑니다. (으헣헣)
  • 커티군 2011/04/22 07:35 # 답글

    이런게 문화비평이군요...잘 읽었습니다!
  • 카군 2011/04/22 18:48 #

    문화비평이라기보단 주절거림에 가깝지만...잘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 네비아찌 2011/04/22 09:53 # 답글

    이제 호황기는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을테니, 더 어두워지겠지요....
    호황기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아요. 중국과 인도는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유럽은 끝없이 가라앉고, 석유는 이제 피크를 찍고 줄어들고만 있고요...
  • 카군 2011/04/22 18:48 #

    그건 두고 봐야 알겠지요.
  • gforce 2011/04/22 12:18 # 답글

    아 그러니까 움직이는 그림 따위에 진지해지지 말고 와이어 보시라니까'ㅅ'
  • 카군 2011/04/22 13:22 #

    B급감성 nanny state 좌파에게 그런 소리를 해봐야 ㅋㅋㅋㅋㅋㅋ(야)

    The wire는 대체 왜그런진 몰라도 너무 손이 안 가서 사실상 포기. 자연적으로 다시 불붙으면 님하가 말려도 볼테니 걱정 마시라냥(...) 랄카 간만의 스놉질인데 존중해 주시져? ㅋㅋㅋㅋㅋㅋ
  • 아즈마 2011/04/22 12:31 # 답글

    농밀한 글이군요오. 잘 읽었습니다.
  • 카군 2011/04/22 13:28 #

    농밀보단 그냥 주절대던걸 쓰레기통 내용물 밟아 누르듯 우겨넣은 굴이긴 한데...감사합니다 :-)
  • 코끼리엘리사 2011/04/22 13:34 # 삭제 답글

    매우 만족스러울 정도로 충실한 글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
  • 카군 2011/04/22 18:40 #

    충실하다고 생각해 주시다니 저로선 감사할 따름이지요 :-)
  • 카스미 2011/04/22 13:54 # 답글

    하하하. 이런 글이 있어야 애니를 볼 맛이 나죠.
    수 많은 마마마 리뷰글과 여기의 카군님 글 덕분에 요 근래 아주 즐거웠습니다.
  • 카군 2011/04/22 18:41 #

    저도 지난 시즌은 마도카로 참 즐겁게 보냈습니다.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네요 :-)
  • 에플리카 2011/04/22 15:36 # 답글

    결국 애니에서의 이야기 소재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총 프로듀서의 재량도 있겠지만 시리즈 구성 및 각본 스탭들의 자라온 환경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군요.
  • 카군 2011/04/22 18:43 #

    아무래도 "프로듀서의 재량"이라는 것도 그 사람들이 자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무의식적으로나마 배경에 까니까요. 작가 성장배경이나 이런 걸 굳이 조사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전 그게 너무 강조만 되지 않는다면 그 작가의 작품 세계관 이해 등에 더 많은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 베르커드 2011/04/23 00:16 # 답글

    잘 읽었습니다. 몇가지 덧붙이면 아노하나 극중에 등장하는 포켓몬같은 소재나, 10년전 히트곡을 엔딩으로 썼다는 점도 이 글의 논지를 뒷받침할 수 있겠네요. 나가이 감독은 허니클2기 때부터 정말 좋아했는데 레일건 이후로 포텐이 터진 것 같아 개인적으론 흐뭇합니다.
  • 카군 2011/04/23 00:20 #

    사실 저건 <아노하나> 2화 나오기 2시간 전에 써서 올린 물건이라 저도 지금에서야 봤어요. 확실히 고이즈미 소호황 시절 물건들이 줄줄히 나오는군요. 포켓몬스터 골드가 고전 레어 게임이라니! 분명 저거 제가 초등학교였나 중학교였나 시절에 나왔는데 말이죠. 딱 저 시절에 어린 시절을 보내다보니 감회가 새삼스래...
  • hogh 2011/04/23 00:24 # 답글

    저는 푸른꽃을 굉장히 재밌게 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템포랄까.(아무리봐도 소위말하는 백합물이라기보단 성장물이에요.)
    뭐, 하루히, 나노하, 카논 리메이크, 작안의 샤나, 제로의 사역마, 그렌라간, 코드기어스. 호황기땐 정말 다양한, 많은 애니가 쏟아져 나왔네요.
    도금-불황기라서였을까요, 에반게리온이 다시금 인기를 얻는 이유가...
    에반게리온이 인기를 끌었던 90년대 중후반과 지금의 모습이 유사하기 때문일까요. 덕분에 신 극장판에는 뭔가 희망이 남아있죠.

  • 카군 2011/04/23 01:00 #

    - 푸른꽂 좋죠 푸른꽃. 2000장도 못 판게 정말 눈물나지만...

    - 그런데 그 호황기 시절 애니메이션 중 아직도 "명작"으로 추앙받는 물건이 몇이나 되느냐를 생각한다면...-_-;;;

    - 사실 <에반게리온> 구 극장판 시절 안노 정신상태가 어땠는가 생각하면, 신 극장판이 비슷한 레벨로 어둡다면 안노 장례 치를 준비 해야 합니다.(...)
  • hogh 2011/04/23 01:18 #

    명작은 별로 없어도, 수작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호황기 시절 애니는 호황기답게, 다양한 층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의 성격을 잘 띄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도카는 시기와 내용 등이 딱 적절한 것 같습니다.

    푸른꽃 작가껀 다 좋아하지만요. 방랑소년도 개인적으로 매우 재밌게..(만화책)


  • 힐름엔비어 2011/04/23 00:41 # 답글

    작품에 있어 '시기'라는게 이런의미였군요. 잘봤습니다. 여태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이군요.
  • 카군 2011/04/23 01:03 #

    시기란게 확실히 중요하긴 하죠. 사실 신선한 관점이라기보단 많이들 나오는 이야기긴 한데...여하간 잘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ㅂ=
  • 힐름엔비어 2011/04/23 01:21 #

    시기가 중요하다, 시장흐름을 파악해야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봤지만 이런식의 구체적인 글은 처음봐서요 ㅋ
  • Uglycat 2011/04/23 10:29 # 답글

    이런 장문의 글을 읽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문화 트렌드에서 시대상을 읽어가는 건 드물지 않습니다만 애니를 통해서 그것을 하시다니 대단합니다...
  • 코모리 2011/04/23 10:49 # 답글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는다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링크 추가해갑니다 :)
  • 슐레딩거 2011/04/23 11:58 # 삭제 답글

    좋은글 읽고 갑니다.....확실히 지난시기는 전성기...화무십일홍이라는 말도 있듯이 지금은 모든게 지는 시기..
  • 사람 2011/04/24 00:34 # 삭제 답글

    알찬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시대적인 상황이 작품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너무 높이 잡으신 것 같습니다.
    시류에 영합해서 이득을 보려고 하는 <Dog Days> 같은 얄팍한 작품을 바람을 타지 못하면 그대로 좌초되는 돗단배라고 가정하면, 그 대척점에 있는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은 자체의 추진력으로 어려운 상황을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적인 색채를 띤 비주류 작품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조명받고 그렇지 못하고의 여부가 기류를 타고 하늘 한복판까지 데려다 놓느냐 아니면 최저한의 관심도 얻지 못하고 사라지느냐를 좌우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러나 깊이를 담보하고 심오한 메세지를 전하려는 작품이 아니라 즐거움을 최우선 과제로 목적하는 상업적인 작품들은 환경을 덜 탄다고 보는 게 맞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가 상당히 뛰어난 상질의 애니메이션이고, 대중성에 입각한 작품의 몇 가지 요소를 판단의 잣대로 기준했을 때 명작의 언저리에 발끝은 걸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마마마'가 이만큼의 관심과 더불어 높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완전히 마이너한 방향으로 가지 않고 방향성이 어디까지나 대중이 이해 가능한 한도 안쪽에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합니다.
    결과적으로 (표면적으로는)행복한 결말로 끝난 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찬 세계를 그린, 아동층이 주 시청 대상인 기존의 마법소녀물과의 비교에서는 어두운 분위기가 부각될 수 있지만, 청소년층 이상을 표적한 심야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대중의 취향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반대급부로 경제 불황 같은 불우한 외부 상황에서 즐거운 것만 보고 들으려는 심리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여러모로 사건의 결과를 단일한 변수로만 가늠하려는 시도는 아무렴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절대적인 작품의 가치는 대중에게 이해되는 여부와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시기 상 초대박 작품과 경쟁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은 이상(이건 어느 때가 됐든 흥행에 악재로 작용하겠지요), "'마마마'는 시기가 시기여서만이 아니라 어느 때가 됐든지 (흥행 성적과 함께)충실하게 잘 만든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결론으로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카군 2011/04/24 23:04 #

    이런 반론이라면 저야 언제나 환영합니다. 틀리면 인정하고 고치면 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사실 저 역시 마도카 파트는 무진장 찜찜해하는 상황이라서요. 이번 주 내로 날 잡고 뜯어고치던가 할 겁니다. 일반론인데도 무슨 절대적 법칙인 양 써놓은 것도 있고, 테크니컬한 파트서 틀려먹은 것도 있고... 여하간 반론 감사드립니다. 이제야 좀 어떻게 고쳐볼지 감이 잡히는 듯 하네요.
  • Takozip 2011/05/05 04:58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니메는 그래도 시대의 영향을 덜받는 작품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카군님의 글을 읽고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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